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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 바하마 중앙은행(CBOB), 자국내 도소매 거래에 사용 가능한 디지털화폐를 발행…세계 최초 CBDC 상용화 국가
  • 중국인민은행(PBOC), DCEP 시범 운용 지역 선전시에서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디지털 화폐를 무상 지급하는 공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국영 디지털화폐의 개발 역사에 이정표 기록

현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유연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관심을 보이는 나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상용화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에서는 확실한 승자가 나타났다. 이 경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온 중국이 700개 섬으로 이루어진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바하마에게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바하마 중앙은행(CBOB)은 전국에서 사용 가능한 ‘샌드 달러’(Sand Dollar)를 공식 CBDC로 발행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CBDC를 상용화한 국가가 됐다. 바하마 달러의 디지털 버전인 샌드 달러는 수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했으며 완벽한 타이밍에 도입되었다. 샌드 달러 프로젝트는 바하마의 금융시장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디지털 바하마 달러를 도입함으로써 700개 섬 간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바하마는 결제 시스템 현대화 이니셔티브(PSMI)를 통해 2004년에는 실시간총액결제시스템(RTGS)을, 2010년에는 바하마 자동결제시스템(BAC)을 구축함으로써 자국내 전자결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샌드 달러의 출범을 위한 탄탄한 토대를 마련했다. 아래 그림은 샌드 달러의 생태계와 여기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출처: 
The Block

샌드 달러 프로젝트는 전자거래를 더욱 가속화하고 현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일반 시민의 수용도가 높은 엑수마(Exuma) 지역에서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성공적인 시범 사업은 곧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디지털 자산 개발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자국내 도입 이후 샌드 달러는 더 많은 나라로 범위를 확대하고 다른 글로벌 통화와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담이지만 샌드 달러(바다 성게의 일종) 중에는 ‘시비스킷’(sea biscuit)이라고 알려진 종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시비스킷은 1938년 11월 1일 전년도 트리플 크라운 우승마를 누르고 미국 최고의 경주마로 등극한 말의 이름이기도 하다. 혈통은 우수했지만 느려터진 고집불통에 볼품없던 시비스킷의 승리는 당시 대공황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화폐 샌드달러도 경주마 시비스킷처럼 허리케인 도리안 등 잇따른 자연재해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깊은 시름에 빠진 바하마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시비스킷: 미국 최고의 경주마. 사진: 
위키피디아

CBDC는 초창기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구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CBDC 상용화에 나선 주요국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실용적 활용 가치에 점차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공적으로 출범한 샌드 달러뿐만 아니라 중국의 디지털화폐전자결제(DCEP)도 기초 철학에서 운영 기술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 기술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비록 중국 정부가 신기술 인프라 중 하나로 블록체인 산업 육성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해왔지만 말이다.

출처: 
로이터

중국의 DCEP는 국영 디지털화폐 시범 운용 지역인 선전시에서 시민 5만 명을 추첨해 중국 전통을 반영한 디지털 붉은색 봉투 ‘홍바오’에 1인당 200위안씩 총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는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지난 몇 주간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온라인 지갑은 모바일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고 결제는 선전시 대부분의 소매점에서 스캔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되며 명품 핸드백에서 길거리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실험을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와 불신이 커지자 중국 국영매체 신화통신은 DCEP에 관해 항간에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는 보도를 통해 DCEP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인민은행이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배적인 관측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화통신은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위안화 구현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긴 했지만 소매 활용사례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신화통신의 보도에 대해 DCEP 지갑 사용자 경험이 은행계좌에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는 약간의 개선사항을 제외하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DCEP의 개발이 기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시장의 요구에 더 잘 부응하기 위한 보완적 서비스로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측면에서 DCEP는 소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중국에서 유일한 공식 디지털 화폐로서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 미 달러화의 패권까지 위협하는 디지털 위안화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캐나다, 영국, 일본 등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합동실무그룹을 구성해 전자 주권화폐 이체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합의점을 도출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인민은행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필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국영 디지털화폐의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전 세계 디지털 화폐의 개발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다.

 

 

 

Source : Bybit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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